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란? 780개 유전자와 희귀질환 조기 발견


생후 28일 안에 아기의 유전자 780여 개를 한 번에 들여다보는 검사가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됩니다.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이 2026년 9월 8일 공식 발표한 신생아 전장유전체 선별검사 연구 이야기입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눈을 두 번 비볐습니다. 겨우 한 달도 안 된 아기에게서 이렇게 많은 것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게 현실인가 싶었거든요.

아이가 태어나던 날, 가장 무서웠던 건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뭔가 이상한 것 같아서"라는 말입니다. 배우 문지현 씨가 자녀의 희귀질환 진단 과정을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을 때도, 많은 분들이 댓글로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증상이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은 있는데, 병원마다 "더 지켜보자"는 말만 반복하다 수년을 떠돌았다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른바 '진단 방랑'이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희귀유전질환을 가진 아이의 가족이 확진까지 평균 5~7년을 소비한다는 국제 통계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희귀유전질환(rare genetic disease)이란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 중 유병률이 매우 낮은 것을 총칭합니다. 문제는 이 질환들 대부분이 증상이 겉으로 드러났을 시점에 이미 신경계나 간, 심장 같은 장기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뒤라는 점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었을 때 가장 먹먹했습니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달라졌을 수 있었던 삶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고요. 그 '조금 더 일찍'을 국가가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번 연구의 본질입니다.

기존에 우리나라가 시행해온 신생아 선별검사는 1997년 시작해 현재 6가지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정부 지원으로 검사하는 방식입니다. 탠덤질량분석기(tandem mass spectrometry), 줄여서 탠덤매스라고 부르는 장비를 활용해 혈액 속 특정 대사물질 수치를 측정합니다. 탠덤매스란 혈액 한 방울로 수십 가지 대사이상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분석 장비로, 2018년부터 전면 급여화되어 지금은 많은 병원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질환을 함께 걸러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어디까지나 '대사물질 수치 이상'을 잡아내는 것이지, 유전자 자체를 읽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780여 개 유전자를 한 번에 읽는다는 것의 의미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전장유전체 선별검사(whole genome sequencing screening)입니다. 전장유전체란 사람의 DNA 전체 서열을 뜻하며, 이를 검사한다는 건 아기의 유전자 정보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낸다는 뜻입니다. 기존 탠덤매스가 "물이 넘쳤나 안 넘쳤나"를 확인하는 방식이라면, 전장유전체 검사는 "수도관 설계도 자체에 결함이 있는지"를 보는 셈입니다. 차원이 다른 접근입니다.

이번 연구 대상 유전자는 필수 647개와 선택 136개로 구성됩니다. 필수와 선택을 나눈 기준은 아마도 '증상 발현 전에 개입했을 때 예후가 실질적으로 달라지는가'였을 것입니다. 저는 이 분류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무작정 많이 보는 게 아니라, 조기에 알아야 실제로 의미 있는 질환들을 골라냈다는 뜻이니까요. 연구는 전국 6개 병원(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진행되며, 올해 500명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총 1,800명의 신생아를 모집할 계획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영국은 지노믹스 잉글랜드(Genomics England) 주도로 2024년부터 '제너레이션 스터디(Generation Study)'를 통해 신생아 200개 이상 유전질환을 선별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미국의 '가디언 스터디(GUARDIAN study)'는 실제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 전장유전체 검사를 도입해 조기 진단 사례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이란 조산아나 중증 신생아를 집중 관리하는 특수 병동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가 차원의 첫 검증 데이터를 직접 쌓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 경험상 우리나라가 의료 인프라 면에서 뒤처진 적이 없는데, 이 분야만큼은 후발주자였다는 게 솔직히 조금 아쉬웠던 터라 이번 연구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기존 신생아 선별검사와 이번 전장유전체 선별검사의 주요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검사 방식: 혈액 대사물질 수치 측정(탠덤매스) → DNA 서열 직접 분석(전장유전체 시퀀싱)
  2. 대상 질환 수: 수십 가지 대사이상 질환 → 780여 개 유전자 관련 희귀유전질환
  3. 검사 원리: 이미 나타난 이상 수치를 포착 → 유전자 자체의 변이 여부를 사전에 확인
  4. 국내 시행 현황: 1997년부터 전국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 → 2026년부터 연구 단계로 시범 적용 중

기대만큼 짚어봐야 할 쟁점들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번 연구 소식이 마냥 설레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유전체 전체를 들여다보는 검사인 만큼 알게 되는 정보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거든요. 그 중 가장 신경 쓰인 건 '부수 소견(incidental findings)'입니다. 부수 소견이란 원래 찾으려던 목적 이외에 우연히 발견된 유전 정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신생아 때 희귀질환을 확인하러 유전자를 들여다봤는데, 그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야 발현될 암 위험 유전자가 발견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에게 알려야 할까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이건 국제 학계에서도 아직 명확한 합의가 없는 부분입니다.

또 한 가지 현실적으로 불안한 부분은 의미불명확변이(Variant of Uncertain Significance, VUS)입니다. 의미불명확변이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지만 그 변이가 실제 질환을 일으키는지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를 뜻합니다. 아이 유전자에서 변이가 나왔다는 말을 들은 부모가 공포에 빠질 수 있는데, 막상 그게 실제 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런 불필요한 불안이 오히려 가족 전체에게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제가 이 연구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가 임상 가이드라인과 보호자 동의 체계를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질병관리청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이미 받았으며, 보호자 동의 절차와 임상 가이드라인을 병행 개발 중입니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란 연구 대상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연구 계획을 사전에 심의하는 독립 기구입니다. 검사 기술만 앞서가고 그 결과를 다루는 체계가 허술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데, 그 점을 연구진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신뢰가 갔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생아 전장유전체 선별검사는 지금 바로 신청할 수 있나요?

A. 현재는 연구 참여 형태로만 진행됩니다. 참여를 원하는 보호자는 사업 공식 홈페이지(www.kgnbs.kr)에서 안내 자료를 먼저 확인하신 후, 참여 병원(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올해 모집 인원은 500명이라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Q. 기존에 받은 신생아 선별검사가 있는데 이 연구도 따로 받아야 하나요?

A. 네, 별도 검사입니다. 기존 탠덤매스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는 대사물질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이고, 이번 연구는 DNA 서열 자체를 분석하는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두 검사가 다루는 질환의 범위와 원리가 달라서, 기존 검사를 받은 아이라도 이번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검사 결과에서 '의미불명확변이(VUS)'가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A. 이 부분이 현재 가장 민감한 쟁점 중 하나입니다. 의미불명확변이는 질환으로 확정된 변이가 아니라 아직 과학적 판단이 유보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임상 가이드라인을 병행 개발 중이며,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어떤 정보를 보호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기준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기준은 가이드라인 공개 이후 확인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Q. 연구 참여 비용은 어떻게 되나요?

A. 현재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내용 기준으로, 이번 연구는 국가 주도 연구이므로 참여 보호자에게 별도 검사 비용이 부과되지 않는 것으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비용 안내는 참여 병원 및 공식 홈페이지(www.kgnbs.kr)를 통해 반드시 직접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2028년까지 1,800명의 데이터가 쌓이고 나면, 이 전장유전체 선별검사가 전 국민 대상 정규 프로그램이 될지 아니면 고위험군 대상으로만 운영될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국가 연구는 초반 참여자들의 데이터가 이후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 혹은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 www.kgnbs.kr에서 안내 자료를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조언이 아닙니다. 참여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신 후 결정하세요.

--- 참고: https://www.kdca.go.kr/kdca/2848/subview.do https://www.genomicsengland.co.uk/initiatives/newborn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390-024-03647-w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category=TEST&medid=BA000078